• 2026. 1. 11.

    by. 미르메코코리 리포트

    식물과 개미 사이의 상호작용 구조인 미르메코코리(myrmecochory)는 겉보기엔 상호성이 분명한 협력처럼 보인다. 식물은 씨앗에 엘라이오솜(elaiosome)을 붙여 개미를 유인하고, 개미는 그 보상을 얻는 대신 씨앗을 운반해 식물의 분산을 돕는다. 이 과정은 생태계 내에서 ‘교환’에 가까운 기능을 수행하며,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인 구조로 유지되어 온 진화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실제 선택의 방향성은 균형적이지 않을 수 있다. 즉, 식물과 개미가 서로를 동등하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더 강한 선택권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상호작용의 주도권과 구조의 지속 가능성이 결정되기도 한다. 예컨대 개미가 특정 종자에 더 높은 반응성을 보이고, 다른 종자는 배제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반복된다면, 결과적으로 상호작용은 개미의 선택성에 의해 형성된 구조로 볼 수 있다.

    종자 선택의 비대칭성: 미르메코코리에서 누가 더 선택하는가

    이 글에서는 미르메코코리 구조 속에서 식물과 개미 중 어느 쪽이 더 선택권을 행사하며, 그 선택이 생태적 구조에 어떤 비대칭을 만들어내는지를 6가지 분석 관점으로 살펴본다.

     

    개미의 선택권이 구조 형성의 출발점이 된다

    개미는 다양한 먹이 자원 중에서 씨앗을 선택적으로 탐색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일 경우에만 수거 행동을 개시한다. 엘라이오솜은 이러한 탐색 과정을 유도하기 위한 식물의 구조적 ‘제안’이지만, 행동의 결정권은 개미에게 있다. 즉, 식물은 유도 신호를 보낼 뿐이고, 그 신호에 응답할지 말지는 개미의 감각 체계와 군집 상황, 외부 자원의 풍부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이로 인해 같은 식물 종이라도 개미가 반응하지 않으면 미르메코코리는 실현되지 않는다. 반대로 개미가 자발적으로 씨앗을 선호하고 반복적으로 운반할 경우, 식물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분산 효과를 얻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구조의 발생과 성립이 식물의 의도보다는 개미의 반응에 의해 촉발된다는 점에서, 개미의 선택성이 구조 설계의 실질적 출발점임을 시사한다.

     

    씨앗 내부 요소보다 개미의 탐색 기준이 우선 적용된다

    식물이 씨앗의 형태, 크기, 엘라이오솜 구성 등을 진화적으로 정교화하더라도, 개미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반응하지 않는다면 미르메코코리 구조는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다. 엘라이오솜의 존재는 어디까지나 식물이 제시하는 신호일뿐이며, 그 신호를 해석하고 행동으로 전환할 권한은 개미의 감각 체계에 있다. 개미는 후각과 미각을 중심으로 한 복합적인 화학 감각 기관을 통해 주변 자극을 평가하며, 이 과정에서 특정 지질 성분이나 아미노산 조합, 혹은 엘라이오솜의 크기 범위에 선택적으로 반응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반응성이 개미 종마다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어떤 개미 종은 지방산 농도가 높은 엘라이오솜에 강하게 끌리지만, 다른 종은 동일한 구조를 무시하거나 오히려 회피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동일한 개미 종이라도 계절, 개체군 밀도, 현재 이용 가능한 먹이 자원의 상태에 따라 씨앗에 대한 반응 기준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이 경우, 씨앗이 가진 내부 정보는 고정된 값으로 작동하지 않고, 개미의 상황 인식 체계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이러한 맥락은 종자 측의 정교함이 곧바로 효과적인 상호작용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다시 말해, 미르메코코리 구조에서 1차적인 선별 장치는 씨앗이 아니라 개미의 수용 조건이다. 씨앗이 아무리 복잡한 신호를 담고 있어도, 그것이 개미의 감각 범위와 현재의 행동 우선순위에 부합하지 않으면 구조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는 생태계에서의 ‘기호화 과정’이 발신자 중심으로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수신자의 해석 능력과 선택 논리에 의해 비대칭적으로 구성된다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개미는 동일 식물 종 내에서도 종자 선택을 달리할 수 있다

    한 식물 개체가 생산한 씨앗들 사이에는 겉보기에는 동일해 보이더라도, 엘라이오솜의 크기, 질감, 향 조성, 분리 용이성 등에서 미세하지만 의미 있는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개미는 이러한 차이를 감각적으로 구분하며, 모든 씨앗을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실제 관찰에서는 개미가 한 식물의 씨앗 중 일부만 반복적으로 수거하고, 나머지는 장기간 방치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이러한 선택적 수거 행동은 식물이 씨앗을 ‘균등하게 분산시키는 존재’라는 통념을 약화시킨다. 오히려 실제 분산 경로는 개미의 평가 과정에 의해 선별적으로 형성되며, 이 과정에서 씨앗 간 경쟁이 발생한다고 볼 수도 있다. 개미는 운반 비용 대비 보상이 크다고 판단되는 씨앗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며, 이 선택은 개미 군집의 에너지 효율 논리에 따라 조정된다.

    이 경우 씨앗의 운명은 식물이 설계한 평균적 전략이 아니라, 개미의 상대적 평가 능력과 선호 체계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특정 개미 군집이 한 식물의 씨앗 중 일부만 지속적으로 수거한다면, 해당 식물의 자손은 공간적으로 편중된 분포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미르메코코리가 단순히 전체 생존 확률을 높이는 메커니즘이 아니라, **어떤 씨앗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지를 가르는 ‘선택적 분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선택은 장기적으로 식물 개체군의 유전적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복적으로 선택되는 씨앗이 특정 형질을 공유한다면, 개미의 선택성은 간접적으로 유전자 흐름의 방향과 강도에까지 개입하게 된다. 이처럼 미르메코코리 구조에서 개미의 선택은 단순한 운반 행위를 넘어, 종자 구성과 개체군 구조를 재편하는 잠재적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식물은 개미의 반응에 맞춰 구조를 조정해 나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식물은 자신의 종자가 실제 개미의 행동 패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이는 개체 수준에서의 전략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누적된 선택 압력이 작용한 결과다. 엘라이오솜의 화학 조성, 부착 위치, 분리 용이성 등은 모두 개미의 수거 효율과 관련된 변수이며, 실제로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구조가 특정 개미 종에 맞춰 특화되는 경향도 관찰된다.

    이 과정은 개미가 선택하고, 식물이 그 선택에 적응해 나가는 진화적 피드백 루프를 형성한다. 이러한 상호 적응은 겉보기엔 협력처럼 보이지만, 구조 설계의 방향성이 개미의 선택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에서 식물의 수동적 반응성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식물은 전략의 주체이기보다는, 반복된 선택에 대한 결과물로서 구조를 구성해 나간다는 관점이 가능해진다.

     

    반응성의 유지는 선택성의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

    개미는 계절, 자원 조건, 군집 밀도 등에 따라 선택성을 달리한다. 특정 시기에는 미르메코코리 구조가 활발하게 작동하지만, 조건이 바뀌면 개미가 동일한 씨앗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구조의 성립이 단지 선택의 ‘시작’이 아니라, 선택이 지속될 수 있는 외부 조건과 내부 동기의 복합성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식물은 개미가 ‘선택자’로 남을 수 있는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으며, 엘라이오솜의 품질 유지, 향의 지속성, 씨앗의 크기 조정 등은 모두 선택 지속성을 위한 구조적 적응 행위로 볼 수 있다. 결국 미르메코코리는 초기의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선택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식물의 선택성은 제한되고, 개미의 거절은 결정적이다

    식물은 개미를 ‘선택’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분비물이나 구조를 통해 특정 개미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실제 어떤 개미가 응답할지는 제어할 수 없다. 반면 개미는 자신이 탐색한 자원에 대해 즉각적으로 수용 또는 거절을 판단하며, 이 거절은 상호작용의 전면적 중단을 의미한다.

    예컨대 침입종 개미가 등장하여 기존 미르메코코리 개미를 대체하고, 씨앗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 식물의 분산 구조는 단절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은 식물의 전략은 선택적이지 않지만, 개미의 반응은 선택적이라는 비대칭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즉, 구조 유지의 주체는 개미이며, 그 선택이 일어나지 않으면 식물의 전략은 아무리 정교해도 무력화된다.

     

    선택의 주체는 누구이며, 구조의 무게는 어디에 실리는가

    미르메코코리의 상호작용은 쌍방향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선택의 주체는 개미 쪽에 더 강하게 실려 있다. 식물은 유도 구조를 제공하지만, 그 유도에 응답할지 여부는 개미가 판단하며, 그 선택은 단기적 생존을 넘어 구조 전체의 지속성과 방향성을 결정짓는다. 이러한 비대칭적 선택권은 식물이 구조를 ‘설계’하는 존재이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개미의 ‘선택’을 기다리는 존재라는 모순된 위치를 만든다.

    따라서 미르메코코리는 단순한 보상-반응 구조가 아니라, 선택권의 분포와 그 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지속되는가에 따라 성립이 좌우되는 유동적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구조 속에서 누가 더 선택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지 행동 주체의 식별을 넘어서, 상호작용 생태학이 지닌 권력, 조건, 지속성의 문제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