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12. 26.

    by. 미르메코코리 리포트

    미르메코코리는 개미가 종자를 운반하고, 식물은 그 결과로 종자 확산의 이점을 얻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설명만 놓고 보면, 개미와 식물 모두 이익을 얻는 관계처럼 보이기 때문에 공생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러나 생태학에서 공생은 단순히 “서로 이익이 된다”는 인상만으로 규정되기 어렵다. 공생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상호 의존 관계를 전제로 하며, 양쪽 생물이 그 관계에 구조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미르메코코리는 이런 기준을 적용할수록 설명이 단순해지기보다 오히려 복잡해진다. 이 글에서는 미르메코코리를 단순 공생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를 여러 해석 지점에서 나누어 살펴본다.

     

    공생의 전제와 미르메코코리의 불일치

    공생이라는 개념에는 몇 가지 암묵적인 전제가 포함된다. 대표적으로는 상호 이익의 안정성, 반복성, 그리고 관계의 지속성이 있다. 그러나 미르메코코리에서는 이 전제가 항상 충족되지 않는다. 개미는 식물의 번식을 돕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며, 종자를 운반하는 행위는 먹이 탐색 과정의 부산물에 가깝다. 식물 역시 특정 개미 종의 존재를 전제로 번식 전략을 고정하지 않는다. 이처럼 의존 관계가 느슨하고, 상호작용이 조건부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미르메코코리는 전형적인 공생의 틀과 어긋난다.

    미르메코코리를 ‘단순 공생’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

    결과의 불확실성과 공생 해석의 한계

    공생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결과의 일관성이 낮다는 점이다. 개미가 종자를 옮겼다고 해서 항상 식물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종자가 건조한 장소에 버려지거나, 발아에 불리한 조건에 놓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부 경우에는 종자가 손상되거나 소실될 수도 있다. 공생이라는 개념은 대체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가 반복될 것을 전제하지만, 미르메코코리에서는 성공과 실패가 함께 나타난다. 이런 변동성은 공생이라는 단일 범주로 현상을 묶기 어렵게 만든다.

    이 불확실성은 대체로 ‘최종 배치 위치’와 ‘그 위치의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개미가 종자를 둥지 주변에 두는 장면이 관찰되더라도, 둥지 주변이 항상 발아에 적합한 미세환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표면이 노출되어 수분 증발이 빠른 지점에서는 종자가 더 쉽게 건조해질 수 있다. 반대로 낙엽층 아래나 유기물이 축적된 지점에서는 토양 수분이 유지되어 발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다. 즉, 동일한 ‘운반’이 서로 다른 미세환경과 결합하면서 상반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나는 결과가 불확실해지는 이유가 발아 단계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본다. 종자가 발아하더라도 초기 유묘 단계에서 빛, 경쟁 식생, 병원성 미생물, 포식 압력 같은 요소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관찰자가 “종자가 옮겨졌다”는 사실만으로 이득을 추정하면, 공생이라는 해석이 과도하게 단순해질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공생 판단을 시도할 때는 운반 거리보다 도착 지점의 토양 수분, 그늘, 낙엽층 두께, 주변 식생 밀도 같은 조건을 함께 기록하는 편이 안정적이다. 결국 미르메코코리는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가능성을 포함하되, 그 이득이 자동으로 보장된다고 보기 어려운 상호작용이라는 점에서 공생 해석의 한계를 드러낸다.

     

    개미의 입장에서 본 상호작용

    개미의 관점에서 보면 미르메코코리는 더욱 공생과 거리가 멀어진다. 개미는 종자 자체에 관심을 두기보다, 종자에 부착된 먹이성 조직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종자는 엘라이오솜을 제거한 뒤 버려지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즉, 개미에게 식물은 협력 대상이라기보다, 일시적으로 이용 가능한 자원 제공자에 가깝다. 개미의 생존과 번식은 식물의 성공 여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특정 식물이 사라져도 개미의 생활사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비대칭성은 공생 개념과의 거리를 더 벌린다.

    나는 이 비대칭성이 개미의 행동 규칙에서 비교적 명확히 드러난다고 본다. 개미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먹이를 우선적으로 회수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으며, 종자 부착 조직도 그 기준에 부합할 때 운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먹이 자원이 풍부한 시기에는 개미가 종자에 덜 반응할 가능성도 있고, 경쟁이 심한 시기에는 탐색과 회수가 더 공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변화는 개미가 식물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맞춰 먹이 선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식물에 부수적 영향을 주는 형태로 이해될 여지가 있다.

    또한 나는 개미 내부에서의 ‘처리 과정’이 공생 해석을 약화시키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는 개미가 종자를 둥지 안으로 가져가고, 어떤 경우에는 이동 중간에 분리해 먹고, 어떤 경우에는 둥지 주변 폐기 구역에 버릴 수 있다. 이 처리 방식의 차이는 개미에게는 작업 효율의 문제일 수 있지만, 식물에게는 종자의 정착 조건을 크게 바꾸는 변수로 작동한다. 그럼에도 개미의 목표는 식물의 성공이 아니라 개미 집단의 영양 확보에 가깝다. 따라서 미르메코코리에서 개미는 공생 파트너라기보다, 식물이 활용하게 되는 ‘조건부 운반자’로 해석되는 편이 안전하다. 이런 관점은 공생이라는 단일 라벨보다, 상호작용의 방향성과 비대칭성을 함께 기록하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식물의 전략적 의존성 부족

    식물의 입장에서 보아도 미르메코코리를 공생으로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식물은 개미 산포 외에도 바람, 중력, 물 등 여러 산포 경로를 동시에 활용한다. 즉, 개미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지 않다. 특정 환경에서 개미 군집이 줄어들더라도, 식물은 완전히 번식 경로를 상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생 관계라면 한쪽의 붕괴가 다른 쪽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구조가 나타나기 쉽지만, 미르메코코리에서는 이런 강한 결속이 드러나지 않는다.

     

    환경 조건에 따른 관계 강도의 변화

    미르메코코리는 환경 조건에 따라 관계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어떤 환경에서는 개미에 의한 종자 이동이 식물 정착에 유리하게 작용해 공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환경에서는 같은 상호작용이 식물에게 별다른 이점을 주지 못하거나, 오히려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조건 의존성은 공생을 고정된 관계로 정의하기 어렵게 만든다. 미르메코코리는 관계 그 자체보다, 관계가 성립하는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설명이 가능하다.

     

    느슨한 상호작용으로서의 위치

    이러한 이유들을 종합하면, 미르메코코리는 공생·포식·산포라는 기존 범주 중 어느 하나에 깔끔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이 현상은 개미의 먹이 행동과 식물의 번식 구조가 특정 조건에서 겹치며 발생하는 느슨한 상호작용에 가깝다. 관계는 반복될 수 있지만 고정되지 않고, 이익은 발생할 수 있지만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르메코코리를 이해할 때는 “공생인가 아닌가”라는 이분법보다, 상호작용의 강도와 구조를 연속선상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더 적절하다.

     

    공생이 아닌 이유가 보여주는 해석의 가치

    미르메코코리를 단순 공생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 현상이 불완전하거나 예외적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이유는 미르메코코리가 생태계에서 상호작용이 어떻게 느슨하게 연결되고, 조건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이 현상을 바라보면, 개미와 식물의 관계는 더 현실적이고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결국 미르메코코리는 생태학에서 관계를 고정된 범주가 아니라, 조건과 과정의 조합으로 이해해야 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